'잡想나부랭이'에 해당되는 글 13건

  1. 김대중 前대통령 서거 (2) 2009/08/21
  2. 관부연락선 메모 2009/07/12
  3. 노무현 단상 (2) 2009/05/25
  4. 작금 단상 2009/02/16
  5. 기타의 전설 (2) 2009/01/02
  6. 2008년 단상 2008/12/31
  7. 나는 이길준을 지지한다 (4) 2008/07/28
  8. 건국절? (6) 2008/07/23
  9. 역사의 '현장'과 역사의 '흔적' (6) 2008/06/01
  10. 27세의 대학원생 Dog君 (6) 2008/05/16
1-1. 뛰어내려 가든 누워있다 가든 가는건 가는거. 그렇게 '그나마' 존중할만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는 한해가 되고 있다. 나야 그에 대한 기억이 좋은 것보다는 나쁜 것이 훨씬 더 많지만 (노무현 때도 그랬던 것처럼) 그의 죽음이 나의 개인감정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래서 나도 그의 죽음에 대해 마냥 시니컬할 수만은 없겠지만은 이하의 말투에서 묻어나오게 될 예의없음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하면서...

1-2. (역시 노무현 때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한국사회는 스스로가 망자亡者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 사회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는 죽음과 함께 민주화의 아이콘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괴한들에 납치되어 생사의 기로에 놓이기도 했으며 한때는 군부에 의해 사형수 신세가 된 적도 있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이 되어 남북관계의 중요한 한 획으로 평가받는 6.15 공동선언을 이끌어내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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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엄연한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것이 그의 공功이다. 분명히 (어떤 의미에서) 그는 민주주의의 진전에 한 몫을 했고 한반도 평화정착에 공헌했다.

2. 하지만 나는 께름칙하다. 그 뒤에 있는 이야기들을 잊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3-1. 6.15 공동선언으로 얻은 저 미소 뒤에 농성 중인 롯데호텔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한 진압이 곧바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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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내 기억이 맞다면 저기 서있는 경찰은 그냥 전경이 아니고 '경찰특공대'였다. 임산부가 포함된 여성노동자들이 저들의 눈에는 테러범으로 보였나보다.

4-1. 2003년 초 즈음이었던 것 같다. 어느날 새벽 사측의 가압류로 인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한 명의 노동자가 분신자살했다.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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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좀 가소로워 보이기는 하지만) 내가 두산소주를 마시지 않게 된 것은 이 때부터이다. (물론 그 말이 노동환경이라는 측면에서 진로가 좀 더 낫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반응은 자제 점.)

5-1. 김영삼 정부 5년보다 김대중 정부 4년(2002년 제외)간의 구속노동자 수가 더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2001년에만 240명의 노동자가 구속되었으니 1주일에 5명 꼴이다. 그리고 그 해에만 내 주위에서 3명의 선배가 불시에 구속되었다. 그 해의 일도 아니고 3년 전의 일을 가지고 말이다. 3년 동안 그거 아껴놓는다고 얼마나 참았을까...하고 우스갯소리 아닌 우스갯소리를 했던 기억이 난다.

5-2. 김대중은 독재와 싸웠을지 모르지만 대통령이 되어서는 그 독재가 남긴 유산을 청산하기보다는 그것을 자기 방식대로(정확히는 '더 세련되게') 활용하는 쪽을 택했다.

6. 우리는 민주화의 아이콘으로서의 김대중도 기억해야 하지만 이 땅에 정리해고와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을 강요했던 김대중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새로운 패러다임'이 (그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간에) 극한의 이기주의와 배금주의로 이어졌기 때문이고 또 그것이 결국에는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밀어올리는 하나의 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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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1 11:05 2009/08/21 11:05
0. 나름 평균 이상의 독서량을 자부하는 편이지만 양에 비해 독서의 폭은 매우 협소한 편이다. 어지간해서는 안 읽는 책이라면 대개는 자연과학 관련서적이나 소설류인데, 자연과학은 일단 읽어도 모르니까 안 읽는다지만(가장 최근에 읽은 것이 얼추 2년 반쯤 전에 읽었던 상대성이론 관련 책자) 소설을 안 읽는다는건 내가 생각해도 퍽이나 우스운 일이다. 게다가 문학이라 하면 모름지기 역사학도라면 철학과 함께 반드시 일정 수준의 교양을 쌓아둘 필요가 있는 영역이 아닌가! 어쨌든... 동학들과의 세미나 모임이 아니고서야 이 책을 읽을 일도 아마 없지 않았을까.

1-1. 관부연락선關釜連絡船은 부산釜山과 시모노세키下關를 잇는 배편이다. 관부연락선이라는 공간은 다양한 이유와 욕망, 갈등이 교차되는 공간이다. 푼돈이라도 벌어보려 일본으로 건너가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3등칸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일본 본토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민족적 멸시와 가혹한 노동이다. 반면 일본 본토에서 조선으로 건너가는 사람들은 중일전쟁에 참전하기 위한 병사들로 그들은 아마 전선戰線 어딘가에 배속되어 전장의 소모품으로 전락할 것이다. 관부연락선은 조선과 일본을 이어주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환경을 열어주는 매개로 기능하지만 그 새로운 환경이 희망의 신세계는 아니다. 양측 모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암울한 미래 뿐.

1-2. 이렇듯 관부關釜의 양측 모두 참담한 미래 뿐이지만 그것이 민족 간의 차별의 무화無化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유태림은 3등칸을 이용할 때 조선인으로서 느껴야할 모멸감과 물리적 불편함 때문에 애써 2등칸에 타려하지만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본인 친구 E는 말도 안 되는 감상(요즘은 이런걸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단어로 설명하더군)으로 3등칸을 고집한다. 부산에 내린 E는 처음 보는 부산의 정경에 감탄사를 연발하지만 그것은 결국 제국 지식인의 변방에 대한 호기심 이상은 아니다. 하지만 유태림은 그런 부산의 풍경이 부끄러울 뿐이다. 조선과 일본으로 양분된 세계는 비록 관부연락선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양측의 간극은 크기만 하다.

1-3. 꽤나 넉넉한 살림에 관부연락선 2등칸을 누리며 조선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물리적 불편함을 능히 피할 수 있으며 일본인 친구들과도 격의없는 사이인 유태림은 그런 의미에서 양분된 세계의 중간 어디쯤에 걸쳐있다. 관부연락선은 유태림이 위치하고 있는 바로 그 지점을 지칭하는 지명일지도 모른다.

2-1. 해방되고 세상은 다시 둘로 갈린다. 좌익과 우익이라는 양 극단 속에서 중간지대는 없으며 민족 어쩌구 하는 소리는 낭만주의로 치부된다.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이 양 극단 어딘가에 스스로를 위치시켜야 한다.

2-2. 유태림의 위치는 이번에도 중간 어디쯤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좌익 교사와 학생들과의 신경전은 얼핏 그의 이념적 위치가 오른쪽 어디쯤이 아닌가 의심을 하게도 만들지만 정확히 말해서 그는 이도 저도 아닌 중간 어디쯤이다. 좀 배운 처지이기는 하지만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서 그 역시도 "판단이 정확하게 서지 않"기 때문이다. 유태림은 고급부 2학년 학생들과 함께 비어있는 교단에 (상상 속에서) 이승만을 세워보기도 하고 김구나 박헌영을 세워보기도 하지만 누구든 마뜩찮기는 마찬가지다. 이러한 유태림의 자세를 '우유부단'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은 다소 부당해보인다. 정확히 둘로 쪼개질 수 없는 세상을 억지로 둘로 쪼개놓고 어느 하나를 고르라고 강요하는 상황 자체가 부조리한 것 아닐까.

2-3. 선택지가 둘 밖에 없는 문제 앞에서 고민하는 사람의 비극은 그나마의 확신도 없다는 것이다. 어디에 대충 '정답없음' 같은 선택지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마저 없으니 고민만 하게 되고 결국엔 이도 저도 못하고 50%의 확률도 못 잡고 만다. 유태림이 도망치듯 학도병으로 지원한 것은 친일에 목적이 있었다기보다는 물리적 가혹함을 통해 정신적 갈등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선택은 아니었을까.

3. 소설이라는 글의 형태가 글쓴이의 주장과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아마도 작가인 이병주는 유태림을 통해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은 거라 미뤄볼 수 있겠다. (실제로 유태림과 이병주의 삶은 유사한 측면이 많다.) 계급적으로든 민족적으로든 명확하게 한 쪽 극단으로 기울어지지 않은 유태림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역량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의 최대한 합리성을 유지하는 것 뿐이다. 학도병 부대 내에서의 공산주의 서클을 준비하는 것에 협조하지 않은 것은 그 대의에 동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것이 초래할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서였고 학교에서 좌익 교사들과 학생들과 대립한 것 역시 명확한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학교라는 공간이 지녀야 할 어떤 당위성을 지키기 위함에 가깝다. 좌익활동가로 변신한 서경애를 바라보는 유태림의 감정에는 '미안함'이라는 것이 충만하고 있는데 이 역시 이념에 대한 동조라기보다는 휴머니즘적 시선에 가깝다. 유태림은 어떤 식으로든 이념으로 편가르기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한다.

4. 대부분의 경우 세상은 둘로 나뉜다. 정확하게 말하면 둘로 나뉜다기보다는 우리가 세상을 둘로 나누는 것에 익숙한 것이다. 실제로 두터운 중간지대가 존재할 수 있지만 그 점은 대개 무시된다. 그리고 둘로만 나뉜 세상은 쉬이 극단화된다. 이 틈바구니에서 결국 죽어나는 건 그러한 상황을 좀체 받아들이지 못하는 '먹물'들이다. 어쩌면 유태림은 극단의 시대를 살아왔던 이병주의 '자기 변명'인 동시에 극단의 시대에 대한 이병주 나름의 통분의 아이콘일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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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2 00:02 2009/07/12 00:02

노무현 단상

from 잡想나부랭이 2009/05/25 13:20
1-1. 2002년이었다. 한창 열혈에 불타던 나는 그 해 하반기 내내 한가지 주제에 매달려 사람들(주로 선배들)과 입씨름을 벌였다. 그 주제의 제목은 '노무현을 찍어야 하는가 권영길을 찍어야 하는가'였다. 그 때 주로 나와 입씨름을 했던 선배는 노무현을 '지금 상황에서 이 정도라도 되는 사람'으로 간주했고 나는 노무현을 '기껏해야 아직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으로 간주했다. 어차피 끝이 날 수 없는 토론이었기에 둘이 만난 날은 언제나 서로의 생각 차이만을 확인한 채 에라 모르겠다 소주나 진탕 마시고 끝나는 날이었다.

1-2. 잘 알다시피 노무현은 그 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2. 사실 그런 식의 토론은 이후에도 줄곧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 내용과 상관없이 토론당사자 모두 이제 적어도 한국사회가 극우반공이데올로기를 선택지에서 뺄 수 있게 되었다는, 모종의 안도감 같은 것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었다. 그 암묵적 전제가 (그 당시의 내 시선에서는 매우 미흡했지만) 적어도 한국사회가 최소한의 천박함에서는 벗어났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었다.

3. 작년이었던가 올초였던가. 역사교과서 개정 문제가 불거졌다.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무시되었다. 머리통만 바뀌었을 뿐인 정부부처들은 이전 정부와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강요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잡음도 없이 원활하게 작동했다. 수십년간 쌓아올려진 한국사의 연구성과들은 (보잘것 없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친북이니 용공이니 하는 이름으로 단죄되었다. 문득 한국사회의 대립전선이 다시 20년 전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우리는 '민주 대 독재' 그리고 '평화 대 냉전'이라는 구시대적 양극단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4. 여러 신 중에서 가장 무서운 신은 역사의 여신 클리오라고 했던 것이 엥겔스였던가. 클리오의 수레바퀴는 역사로부터 뒤쳐진 존재들을 가차없이 깔아뭉개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나는 최근 몇 개월간 그 마차에 깔리고도 끈질기게 부활을 시도하는 좀비들을 목도하고 있다. 오래된 망령이라고 하기에는 그것들이 가진 권력과 힘이 아직 너무 강고하다.

5. 노무현에 대한 뇌물 스캔들과 죽음은 재임 기간의 공과와는 별개로, '어떤 특정한 가치'의 도덕적 몰락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도덕적 결함을 지닌 자들에게 버젓이 현실권력을 몰아준 이 사회의 가치수준을 볼 때 도덕적인 의미에서의 몰락이 결정적인 의미에서의 죽음과 연결되지는 않을 듯 하다. 그의 죽음이 '어떤 특정한 가치'의 사망선고가 될지 다시 일어나는 계기가 될지 지금으로서는 잘 모르겠다.

6. 영결식 당일을 기다려 볼 일이다. (그 날 지방갈 일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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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5 13:20 2009/05/2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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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 단상

from 잡想나부랭이 2009/02/16 21:07
1. 방황이 은근히 길어지고 있다. 물론 오늘 아침도 이른 시각에 학교 나오고 자리 지키고 앉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의 독서를 해대기에 방황은 무슨 거창한 개풀 뜯는 소린가 싶기도 하다만은... 그럭저럭 책도 읽고 있고 하루 일과가 흐트러지고 있는건 아니지만은 아마도 그건 그동안 그렇게 살아온 관성 덕택에 그렇게 계속 나가고 있는 것일 뿐 뭐랄까 내 의지로 전진한다는 느낌은 없다는게 작금의 상태. 그야말로 '그럭저럭' 살고 있는 상태.

2-1.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무언지 모르는건 정작 나 자신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요새 부쩍 많이 든다. 본격적으로 졸업논문주제를 고민한다는 것은 스스로가 공부하고 싶은 것을 하나의 테마로 좁힌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인데, 그 일로 고민하는 나를 보노라면 아마 내 문제도 그게 아닌가 짐작한다.

2-2. 여기까지만 써놓고 보면 고민의 수준과 내용이 복학 즈음의 그것과 비교해서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낄낄낄.

3. 때로는 다 때려치고 한 며칠 푹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게으름이 몸에 배었구나 싶은 마음도 든다.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어쩌면 목전의 과제물이 나를 조금 부담스럽게 하기에 느껴지는 당장의 짜증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4. 말은 이렇게 거창하게들 늘어놨지만 아마 내 성격에 지인들과의 연락을 완전히 끊어버리거나 에라 씨발 모르겠다하며 어딘가로 떠나버릴 일도 없을 것이다. 결국 나도 내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5. 전에도 말했지만 요새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가 참 좋다. 꼭 나 들으라고 만든 노래들 같아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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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6 21:07 2009/02/16 21:07

기타의 전설

from 잡想나부랭이 2009/01/02 15:43
전에 어디 썼던 것 같은데... 내가 죽기 전에 내 생에 가장 잘 한일 베스트5를 꼽는다면 기타를 배운 일이 빠지지 않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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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2 15:43 2009/01/02 15:43

2008년 단상

from 잡想나부랭이 2008/12/31 13:03
0. 이런 따위의 글을 쓸라치면 1월 1일이 뭐 대단한 날이라고 새삼스레 이런 글을 쓰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핑계라도 있어야 지금 내 꼬라지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생기지 않겠나 싶다.

1. 2008년이 끝난다. 다른 사람 이야기 할 것 없이 내게 있어서 2008년은 많은 일이 있다가도 없었던 한해였다. 나름 꽤나 성실했던 상반기와 나태함의 절정을 달렸던 하반기가 교차했던 2007년을 되돌아보며 올 한해는 혀깨물 각오로 공부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꽤나 많은 책과 꽤나 많은 글들을 읽었던 것 같다. 그래, 다른 것 다 제쳐두고 책을 많이 읽었던 것은 가장 큰 성과 중 하나. 공부하는 놈한테 역시 남는 건 술도 아니고 담배도 아니고 책. 여전히 읽어야하고 읽고 싶은 책은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그것도 위시리스트 정리하듯 조금씩 정복하다보면 바닥이 보이겠지. 나름 인생 계획이랍시고 세웠던 퇴비 증산 3개년 계획 2년차는 닥치고 책이나 보자...는 각오였으니.

2. 어디에도 썼던 것 같은데 나는 내가 쌓아온 어떤 공부나 능력을 숫자나 증명서로 남기는 행위에 매우 인색하다. 있던 주민등록증도 찢어버리고 싶은게 내 마음인데 새로운걸 만들 마음이 생길리가 없지. 토익도 졸업인증 때문에 딱 한번 봤을 뿐이고 대충대충 따놨던 운전면허증은 여전히 장농면허에... 그래서 올해는 그런 것들을 명시적인 어떤 것으로 정리해볼까 한다. 시험도 보고 자격증도 따고. 그런 것 따위로 내 능력을 수치화시키고 싶진 않았지만 그 따위 것 없다고 무시받는 것도 이제 그만해야지.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다들 그렇게 목을 매다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까짓거.

3. 굳이 2008년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닌데, 유독 사람관계는 내 뜻대로 잘 안 된다. 특히 나처럼 '자기기만적 사회성'으로 무장한 사람이 이런 문제에 취약한 법인데, 아마도 이 문제는 평생 가져갈 문제가 아닌가 싶긴 하다. 그 전에는 좀 더 '안 자기기만적인 사회성'을 가지는 게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달 전부터는 굳이 '자기기만적으로' 사회성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나...싶어서 아예 사회성이 부족했던 내 모습 그대로 돌아가는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논문도 좀 더 빨리 나올 것 같고. ㅋㅋㅋ

4. 그래 내년에는 모두들 씨익-하고 웃자. 그렇게 웃으면서 춤출 수 있도록 하자 싶다.



Matt Harding이라는 애가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막춤추며 찍은 동영상. 유튜브에서 얘 이름으로 검색하면 이 영상이 점차 완성되어가는 중간 과정물들도 볼 수 있다. 조회수가 몇천만이라더라... 사람들 나름대로 '사랑'이니 '평화'니 갖가지 해석들을 덧붙였지만 정작 본인은 '걍 좋아서 한건데염...' 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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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31 13:03 2008/12/3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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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2008.]


1. 길준이의 병역거부 소식을 들은 것은 정확히 목요일 저녁이었다. 놀라기도 했고 당황스럽기도 했으며,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마 길준이가 병역거부를 결심하기 전에 그 소식을 들었다면 나는 아마 틀림없이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면서 말렸을 것이다. 정말로. 하지만 지금은 그저 그를 믿는 수 밖에.

2. 굳이 이 자리에서 전의경 제도의 비인간성과 징병제도의 문제에 대해서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보다 더 문제의식 많은 사람의 글이 조만간 인터넷에 '발표'될 것이고, 그 글이 아마도 나보다 훨씬 더 세련된 문장으로 문제의 핵심을 간파하고 있을테니까.

[Dog君, 2008.]


3. 다만 나는 사람들이 (특히 비겁하게 인터넷의 익명성 뒤에 숨어서) 길준이에게 비난의 짱돌을 던지지는 말았으면 한다. 동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저 자식 의경 생활도 알고보면 개떡같다는 식의 근거없는 '아니면 말고' 혹은 '카더라' 통신은 혐오스럽다. 그와 함께 생활해보고 그와 함께 이야기해본 사람 아니면 그런 식의 비겁한 인신공격은 자제해달라, 제발.

4. 어째서 우리 사회는 '내가 뺑이쳤으니 너도 뺑이쳐라'는 식의 논리가 버젓이 통용되는가.

5. 에이 모르겠다. 나는 그냥 말할란다. 나는 이길준을 지지한다. 엄청나게. 그리고 좆나게.

ps: 내 생각도 무지하게 복잡한 관계로 여전히 두서없는 문장의 나열.

ps2: 기자회견장에서 본 길준이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의젓하고 문제의 핵심도 제대로 짚고 있더라. 이런... 여기에 나보다 신체적 나이는 어리지만 정신적 나이는 더 성숙한 사람 하나 더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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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8 00:45 2008/07/28 00:45

건국절?

from 잡想나부랭이 2008/07/23 22:21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 (동아일보 06.7.31.)

'건국절'이 위험한 7가지 이유 (오마이뉴스 08.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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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절이 왜 안 되는지, 내 그 심정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결국 둘 다.



"우리도 노상방뇨 해보자!"는 말이랑

"노상방뇨 안 되니까 항문까지 꿰메자!"는 말처럼 들리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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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3 22:21 2008/07/2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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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君, 2008.]

1.
 지나간 일, 자신의 삶과 직접 관련을 갖지 않는 역사 속의 사건에 대해 올바른 입장을 취하는 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 저는 얼마 전에 아주 진보적이라는 역사학자 한 분이 대학생 시절의 추억까지 끌어대면서 유시민 씨를 두둔하고 나서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체 게바라나 김산을 흠모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현실 속에서 체 게바라나 김산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체 게바라나 김산을 흠모한다면 그렇게 살지는 못해도 그렇게 사는 사람들, 현실 속의 체 게바라나 김산을 존경할 줄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체 게바라나 김산을 흠모하는 우리는 현실 속의 체 게베라나 김산엔 관심이 없거나 그들을 비웃곤 하지요. “어리석고 비현실적이며 관념적인 사람들”이라고 말입니다. -김규항, '광주의 정신, 민주주의의 정신' 中

2. 역사를 공부하는 것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어한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제목소리를 내지 못한 사람들(소위 '민중'이라고 하는)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내게 역사학은 휴머니즘의 유력한 방편이라고 누누이 말하곤 한다. 그리고 요즘 문득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 역사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Dog君, 2008.]


3. 연구실에 앉아 당장 눈앞에 닥친 과제들과 씨름한다는 핑계로 그 작은 마음들이 모이는 것을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것 같아, 매일매일 얼굴이 화끈거린다. 지난 금요일에 처음 촛불집회에 나갔을 때 광장에 있는 저 많은 촛불들 앞에 부끄러워 고개를 들기 힘들었다.

4. 내가 지금 공부하는 역사는 과연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금 바로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역사를 공부한다는 나라는 놈은 왜 역사의 '현장'이 아니라 역사의 '흔적'만 붙들고 자빠져있을까. 오늘도 자괴감만 늘어가는 하루다. 나는 이 역사의 '현장'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역사는 그저 나에게 연구의 '대상'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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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1 17:20 2008/06/01 17:20

[케테 콜비츠, 직조공의 행진.]


16세의 봉제공 엠마 리이스Emma Ries

베르톨드 브레히트

16세의 봉제공 엠마 리이스가
체르노비치에서 예심판사앞에 섰을 때
그녀는 요구받았다
왜 혁명을 호소하는 삐라를 뿌렸는가
그 이유를 대라고
이에 답하고나서 그녀는 일어서더니 노래하기 시작했다
인터내셔널을
예심판사가 손을 내저으며 제지하자
그녀의 소리가 매섭게 외쳤다
기립하시오! 당신도
이것은
인터내셔널이오!"
 
"자본가로 하여금 프롤레타리아트 혁명 앞에 벌벌 떨게 하라.
 프롤레타리아트가 혁명 앞에서 잃을 것은 쇠사슬이요, 얻을 것은 세계 전체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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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삼, 정글고등학교 中.]


27세의 대학원생 Dog君

27세의 대학원생 Dog君이
인문대 앞 벤치에서 CC 앞에 섰을 때
그는 요구받았다
왜 커플을 혐오하는 술주정을 부렸는가
그 이유를 대라고
이에 답하고 나서 그는 일어서더니 노래하기 시작했다
솔로예찬을
CC가 손을 내저으며 제지하자
그의 소리가 매섭게 외쳤다
헤어지시오! 당신들도.
이것이
인간이 태어나던 모습 그대로요!

"커플의 염장질로 하여금 솔로들의 히스테리 앞에 벌벌 떨게 하라.
 솔로가 연애 앞에서 잃을 것은 야동과 자기시간이요, 얻을 것은 구속의 쇠사슬이다.
 만국의 솔로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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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6 17:00 2008/05/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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