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욱, 정근식 외, 문화과학사, 2006.
1. '근대'의 절대성에 대한 문제제기라든지, 수탈론이나 근대화론이나 그 '근대'를 우리가 성취해야 할 역사적 선善으로 상정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라는 식의 이야기는 이제 지겨우니 하지 말자. 역사학의 변방에서 잡스런 지식나부랭이 좀 끄적인 사람 치고 이 정도 모르는 사람 없겠지.

2-1. 문제는 그것이다. 이 책을 쓰신 분들 조차도 '식민지 근대성'이란 무엇인지 통일된 인식을 안 갖고 계신 듯 하다는 것. '식민지 근대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인지, 각각의 연구들은 '식민지 근대성'이라는 맥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이거 제대로 설명할만한 사람 한국에 얼마 안 될걸. (많으면 1000명이나 되려나.)

2-2. 아니 그렇다고 나는 잘 알고 있다... 이런 건 아니고. 이제 석사 2학기째인 놈이 알면 뭘 알겠냐.

3. 그러니까 그런거 아니겠나. 지금까지 권력과 일상은 일방적인 관계로 상정되어 왔는데 실상을 따져보니 그렇지 않더라는 것. 다시 말해 권력주체가 권력을 행사하는 순간에 발생하는 그 '공간'에서 자기 할 얘기 하고,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는 피치자들의 모습들이 중요하다는거다. 왜냐고? 이 말은 곧 권력이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 행사되는 양상이 재구성된다는 얘기고 바로 이 지점이 빈틈없어 보이는 권력의 '틈'이라는거 아닌가.

4. 그리고 '근대'(혹은 '근대권력')과 접촉하는 사람들은 이걸 자기 나름대로 '번역'을 하는데, 이것이 어떻게 전유되는가가 그 사람들의 의식구조를 보여주는 모양일 수 있다는 거. 예컨대, 윌슨의 민족자결주의가 '오독誤讀'된 것이나, 모던보이와 신여성들의 어색한 서구식 생활방식이 서구문화를 '왜곡'시켜 수입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들. 그걸 그렇게 '오독'와 '왜곡'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는거다. 사실 '번역'이라는건 1:1로 대응시켜 변환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그 개념(혹은 문화)들을 둘러싼 실천과 연관된 행위라는거죠. 문화라는거, 일방적으로 전달되는게 아니라 서로 교잡하고 횡단하는 잡종성을 가진 거잖아. (이거 벌써 쌍팔년도 더 전에 나온 얘긴데 한국사에서는 이제서야 이 얘기 붙들고 씨름하고 있네.)

5. 그나마 최근에 나온 책이라서 그런지 가장 정치하고 단단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 역시 논문모음집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지라 문제의식의 일관성은 좀 부족하지 않나 싶다. 한국사학계에서 '식민지 근대성론'에게 펼쳐진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그것이 갈 길 또한 허벌나게 멀다는 점도 함께 노출하고 있네. 아, 결국 발바닥 땀나게 공부해야 된다는 거냐. 이건 뭐... 이 따위 결론이 나오고 말아서 나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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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2 20:20 2008/04/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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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원 2008/04/13 09:3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3번에 '자고 하고 싶은' -> '자기 하고 싶은' 인것 같은데ㅎ
    술먹고 썼어? 무슨 글이 이래ㅋㅋㅋㅋ

    우선 식민지 근대성의 '통일'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오류를 짚어야 겠다. 식민지 근대성은 총체적으로 보아야 할 문제야. 통합이 아니라는 거지. 식민지 근대성이 대두된 큰 흐름중에 하나는 한가지 사관 즉,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내재적 발전론이라는 근대에의 지향에서 벗어나서 그것을 풀어헤쳐 여러가지 사관을 낳는 시스템인데 그 분열된 것들을 하나로 통합하려는게 '통일'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이미 나누어 진 것들을 합치는게 통합이라면 그걸 나누어져 있다고 보지 않고 -편견없이- 보는것이 총체라는 거지.

    그러니까 결론은 식민지 근대성은 총체적으로 보아야 할 문제라고용. 총체적 시각이 전제된 연구자들의 논문집이였다면 이 책은 형이 말한데로 '통일'된 책이였을 지도?ㅎ

    그나저나 한국은 왜 이렇게 늦어. 그래서 최신연구에서 허구한날 밀리는지도.ㅋㅋㅋ

    •  address  modify / delete 2008/04/13 15:38 Dog君

      ㅇㅇ. 전적으로 동감. 이놈의 '식민지 근대성론'이라는게 사람마다 정의도 다르고 맥락도 달라서 섣불리 하나의 문장으로 옮기려고 하면 허벌나게 욕먹기 딱 좋은 주제지. 근데 아직도 이 '식민지 근대성론'에 대한 비판론은 그런 한계를 못 벗어나고 있다는거. 아, 배우는 사람으로서 답답해서 돌아가실 지경이야.

      숙제하다가 잘 안 풀려서 대충 끄적거린 글이어서 글이 개발새발인데, 좀 부족하다 싶은거 한 가지만 덧붙인다. '식민지 근대성론'이라는게 되게 실험적이고 동시에 도전적인 문제제기잖아. 딱 이거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느슨하게 정의하자면, 대체적으로 '근대'에 대한 문제의식과, '국민국가'라는 인식틀을 넘어서고자 하는 시도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지. 근데 문제는 이런 느슨한 정의와는 달리 그 문제의식 자체는 무지하게 날카로워야 한다는 거. 무슨 말이냐면, 이게 자칫 잘못해서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글을 쓰면 '식민지가 좋았다 나빴다 하는 선입견없이 있는 그대로의 식민지를 보자'는 식의 논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건데, 이렇게 삼천포로 빠져버리면 단순한 실증주의와 차이가 없다는거여.

      '식민지 근대성론'은 식민지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서 피치자들이 권력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며, 그 결과로 그 권력은 어떻게 왜곡되고 균열되는지를 보여줘야 하고, 더 나아가서 궁극적으로 어떻게 '근대권력'을 넘어설 것인가 하는 문제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 궁극적으로는 이런 탐구들을 통해서 어떻게 음험한 '근대권력'을 전복할 것인가라는 문제에까지 답을 뽑아야 되는데...

      이 책이 거기까지 못 가고 있다 이거지. 한참동안 실증적인 이야기들 주절주절하다가 결론에 가서 이래서 권력의 지배와 균열을 관찰할 수 있다... 뭐 이러고 끝내버리거든. 아, 신나게 읽다가 이런 내용으로 끝내버리니 이건 거의 에반게리온 극장판. 여기 있는 거의 모든 논문이 이런 구조를 답습하고 있으니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건지 궁예님하의 관심법이라도 배워오란건가... 싶지.

      근데 더 무서운 건, 이 얘기들은 푸코횽아가 40년 전에 했던 얘기들인데 아직도 이 나라에선 "이건 뭔 개뼉다구..."식의 반응이 지배적이라는거. 엉엉. ㅠㅠ...

  2. 기원 2008/04/13 09:3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근데 생각해보니까 왠 작년에 읽은 책을 이제 올리냐?ㅋㅋㅋㅋㅋㅋㅋ

  3. psychede 2008/04/15 02:5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왜이래 니들 다 미쳤어 인터넷에서 왠 토론이야 네이버가서 마음의소리나 봐

  4. 날백수 2008/04/15 06: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솔직히 저는.. '근대'라는게 모순투성이의 세계라고 생각하기 떄문에-_-
    어떤 방식이건 간에.. 프랑스 혁명에서 나타난 '근대의 정신'을 완성시키기 위하여 지금껏 수 세기동안 달려온 인류 노력의 결과물이 이런거라면, 이젠 '근대' 그 자체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새로운 세계관이 나타나야 한다고 봐요.
    물론 내가 한다는건 아니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머리 똘똘한 누군가께서 해주시겠지. 으흠.

    •  address  modify / delete 2008/04/20 20:24 Dog君

      but, 근대를 부정(or 극복)하려는 노력 역시
      근대의 성과와 근대의 용어와 근대의 사유.

  5. 개남눈빛 2008/04/20 23:3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옛날 생각 나네. 그냥 생각만 난다고 ㅋ